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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에서 장식으로, 전통빗자루 명장 이동균 선생



빗자루는 우리 생활과 꼭 함께했다. 이른 새벽, 닭 울음소리가 들릴 때면 누군가는 마당에서 비질을 시작했고 봄 흩날리는 벚꽃나무 아래에도 어김없이 빗자루가 있었다. , 할머니의 전래동화엔 오래된 부지깽이나 빗자루에 깃든 도깨비불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중국에서 값싼 플라스틱 빗자루가 들어오고, 어느 집이나 당연한 듯 진공청소기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예전의 그 빗자루는 서서히 모습을 감추었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단 한명밖에 남지 않은, 4대에 걸친 오랜 세월동안 우리 전통 빗자루를 만들어온 광덕빗자루 이동균 명장을 만난다.

 

4대째 이어온 전통, “타고난 업인데 어쩔 것이여

 

이동균 명장이 전통 빗자루를 만들기 시작한 지 벌써 60년이 넘었다. 그의 할아버지는 옛날 가정집에서 흔히 쓰던 촌비를 엮었고, 그는 어깨 너머로 그 일을 배웠다. 그의 솜씨를 본 사람들이 하나 둘씩 빗자루를 주문하면서 평생의 업은 시작됐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빗자루 소비가 많았던지라 직원까지 데리고 제법 큰 공방을 운영했다. 하지만 중국산 나일론 빗자루와 진공청소기가 들어오면서 점점 규모가 줄었다. 빗자루를 만들던 이들은 다른 일을 찾기 시작했고, 이제 명장 외에는 그 누구도 우리 전통 빗자루를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빗자루가 그의 운명이었던 걸까. 누구도 하지 않고, 절대 시키고 싶지도 않았던 그 일을 이제는 아들 연수 씨가 이어나가고 있다. “그만두고 싶지 않았냐는 물음에 “15년 전, 무형문화재 신청을 했는데 탈락했을 땐 정말 살 길이 막막해 그만하고 싶었다고 했다. ‘왜 그만두지 못하셨어요란 질문을 던지려는 찰나 바로 뒤이어 한 마디 붙인다. “그래도 타고난 업인데 어쩔 것이여.”

 

단 하나가 되기 위한 숨은 비법

 

한 때 그는 생활용품으로는 한계에 달한 빗자루의 다른 용도를 찾아내는데 골몰했다. 전통 빗자루 그 자체로도 충분한 장식 가치를 갖고 있다고 판단한 그는 작고 섬세한 장식용 빗자루를 생산하기로 하고 소재개발에 나섰다. 7년 전 충북 제천시 고암동 비행장 들녘에서 발견한 '애기부들'은 빗자루 제작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제공했다.

 

당시까지 장식 비는 수수 목줄기를 사용해, 장식용으로 만들더라도 두꺼운 자루에 색색의 실을 엮어 매듭을 짓거나 모양을 새겨넣는 단순 작업에 그쳤지만 애기부들은 빗자루 제작방법을 응용해 작은 소품 등 다양한 제품개발이 가능토록 했다.

 

마트에서 값싸게 파는 빗자루와 비교하면 그의 빗자루는 질적으로 확연히 차이가 난다. 산과 들에서 나는 갈대와 수수를 채취해 일일이 손으로 밀고 다듬어 만든 덕분에 정전기가 생기지도 않고, 직접 개발한 방법으로 손잡이를 엮어 튼튼하기까지 하다.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빗자루도 전통 방식으로 만들면 품이 많이 든다. 매년 7, 꽃이 피기 전 갈대와 수수를 베어와 소금물에 삶아 질기게 만든다. 삶아서 건져낸 재료는 그늘에서 말린 뒤 이물질과 꽃대를 털어낸다. 이 과정을 몇 번 되풀이한다.

 

전통 빗자루는 크기에 따라 하나로 엮어낼 수도 있고, 어른 손가락 굵기로 여러 묶음을 만든 후 합쳐서 엮을 수도 있다. 그 자체로도 견고하지만 비단 실을 엮어 문양을 만들고, 매듭을 넣어 장식을 더한다. 장식이 촘촘할수록 정성도 더 많이 들어가고 가치도 높다. 명장은 갈대와 수수 이외에도 꿩털, 부들, 들풀로도 빗자루를 만들었다. 그가 개발한 이런 전통 빗자루는 소품용, 실내장식용, 선물용으로 많이 팔린다. 그가 만드는 전통 빗자루 아담꽃비는 전국 공예품경진대회, 공예품 공모전을 휩쓸다시피 했다. 재료를 준비하는 데는 손이 많이 가지만 장비는 의외로 단순하다. 허리 벨트에 긴 쇠줄과 발걸이를 연결한 조리개에 다리를 끼고 재료를 고정시킨 후 실을 걸어 팽팽하게 감는다. ‘어떻게 하면 더 잘 만들 수 있을까?’ 생각 끝에 고안해 낸 도구란다. 대신 제작할 때 온 몸을 사용해야 하는데 발과 손에 특히 힘이 많이 들어가서 양쪽 엄지발가락은 이제 감각이 없을 정도다. 이에 더해 명장의 빗자루에는 독특한 비법이 숨어 있다. 빗자루를 감은 실매듭이다. 재료를 단단히 고정시키기 위해 손잡이 마디마다 실을 세 번 감는데, 그냥 칭칭 동여매는 것이 아니라 감을 때마다 하나의 매듭을 만들고 총 세 개의 매듭이 한 마디가 된다. 이 덕분에 비는 다 닳을지언정 손잡이가 쪼개지거나 부러지지 않는다.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하나를 만들더라도 잘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개발한 매듭법이란다.

 

수공예품이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고 제작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가정에서 청소용은 물론 장식용으로라도 하나씩은 갖춰놓고 싶은 전통 빗자루를 만들어 낸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작은 공방, 늦은 밤까지 비춰 나오는 불빛, 전통 빗자루만큼이나 투박한 그의 손, 그 손을 닮아가고 싶은 아들의 손에서 전통 빗자루 생산의 맥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유산 이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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