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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씻어 시간을 기우는 배첩 기능전승자 조경실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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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첩이란? 

배첩이란 글씨나 그림에 종이, 비단 등을 붙여 족자·액자·병풍 등을 만들어 아름다움은 물론 실용성과 보존성을 높여주는 전통적인 서화처리법이다. 오늘날에는 일제 때에 들어온 표구로 더 알려져 있다. 제작기법은 액자·병풍·족자·장정(裝幀)에 고서화 처리까지 더해 다섯 가지이다. 장정은 표지나 속지가 손상된 고서의 처리를 말하며, 고서화 처리는 높은 안목과 세밀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배첩에서 풀과 한지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이자 가장 중요한 재료이다. 우리나라 배첩에서는 밀가루로 풀을 쑤고 녹말을 완전히 내린 후 말려서 가루로 보관하고 필요할 때 꺼내 묽게 쑤어 사용한다. 보통 7년 이상 삭힌 것을 사용하는데 이는 사용한 풀이 그림이나 글씨와 함께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한지 역시 전통방식으로 만든 것만을 쓴다.

 

세월의 더께를 씻어내다

오랜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색이 바라거나 너덜너덜하던 불화와 영정이 금방 그려낸 듯 생기를 찾는다. 갈기갈기 찢기고 희미해진 고서(古書) 속의 글씨와 그림의 선들이 원형 그대로 되살아난다. 세월로 훼손된 것들을 수리하고 복원하는 데도 결국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 해 배첩(褙貼) 기능전승자로 선정된 조경실 선생은 세월의 더께를 씻어 내고 시간을 기우는 작업24년째 해오고 있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배첩과 인연을 맺었다.

 

가정 실습시간에 수놓은 비단 천을 표구했는데 쭈글쭈글하던 천이 평평하게 펴지는 것을 보고 마냥 신기했어요. 순간 머릿속에 표구의 비밀을 꼭 알아내야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1982년 겨울, 아버지가 불쑥 내민 신문 광고의 표구강습이라는 네 글자가 그의 인생의 이정표가 됐다.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종로에 있는 공예학원에 등록하고 표구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솜이 물을 빨아들이듯 남들보다 빠르게 기능을 익혀 가면서 어릴 적 호기심을 풀어 나갔다.

그는 1992년 표구기능사 자격을 획득한 데 이어 1994년 여성으로는 국내 처음으로 문화재 표구 수리기능자 자격을 취득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1996년 대학원에 입학해 배첩 기능 이론과 학문적 연구에 매달렸다. 1999년에는 중국 국가문물국 초청으로 국가박물관에서 2년 넘게 근무하면서 중국의 서화류 및 캐나다 안달루시아박물관 서화 문화재 복원작업에 참여했다. 특히 한국 문물의 제조방법과 복원에 대한 강의로 우리나라 표구기술을 소개해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동안의 노력들은 단지 기술과 이론을 배우기 위한 투자의 시간일 뿐 이었다는 그는 지금부터 진짜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지난해 동국대 사학과 한국사 전공에 입학했다. 작업 특성상 사료를 읽고 해석해야 하는 일들이 많은 탓이다. 동시에 우리나라 전통 배첩 기술의 발달과정을 파악하는 공부도 병행하고 있다. 2004년부터 한국전통문화학교 보존과학과에서 지류 및 서화류 복원에 대해 가르치고 있는 그는 지금도 포기하고 주저앉고 싶을 때가 있을 정도로 배첩은 힘든 작업이지만 미래는 희망적이라고 말한다.

 

지금 세계는 문화전쟁 중입니다. 앞으로 문화재나 미술 작품 등의 보수 복원도 크게 늘어나고 보존기술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과거처럼 배첩 기술이 각광받는 시대가 다시 올 것입니다.”

 

그는 현재 고서화 및 섬유문화재의 복원기술에 관한 책도 집필 중이다. 후배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 기능전승자를 신청했다는 조경실 선생. 앞으로 자신이 가진 모든 기술과 이론을 후배들에게 넘겨주는 것이 계획이라며 환하게 웃는다.

한국의유산 이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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