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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장석 제작> 박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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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공예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장석(裝錫) 공예는 수백 년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겨레의 과학이다.”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바로 두석장(豆錫匠) 박문열(1950년생) 선생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 64호 박문열 두석장은 이와 같은 자신의 생각을 전통 장석 만들기(2010)에 오롯이 담아 놓았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의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의 강사로 재직하는 자신의 교육내용을 중심으로 우리 전통공예 장석분야의 상세하게 살펴보고 있다. 장석의 역사와 제작과정, 도구, 제작기법, 종류, 각종 문양 및 형태 등 박문열 선생만의 장석제작에 대한 과정을 체계적으로 알려주고 있어 우리의 장석을 알아가고 이어가고자 하는 전승자들에게 귀중한 지침이 되어 준다.

장석박물관에 갔던 적은 있지만, 두석장은 낯설다. 장석 공예를 겨레의 과학이라고까지 이야기하는 것도 알 수 없는 바다. 도대체 무엇이길래, 왜 그렇지?

 

열정으로 인생을 일궈

 

아름다운 전통가구는 장인 한 명의 솜씨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가구를 제작하고 완성하는 것은 소목장의 일이지만 잘 짜진 가구를 화려하게 하는 것은 두석장의 몫이다. 두석장의 손길로 자물쇠나 금속 장식품으로 치장하면 그제야 하나의 완성 작품으로 탄생한다.

장석은 목가구나 목공예품을 제작할 때 몸체에 부착하는 금속제를 말합니다. 과거에는 장석 자체가 완전한 하나의 물품은 아니었습니다. 장석 하나보다는 목가구에 부착됐을 때 그 가치가 더해졌죠.”

 

박 장인은, “장석은 기능을 보강하고 장식적 효과를 내는 것은 물론, 실리적 기능까지 추구하는 금속장식이라고 설명한다.

 

장석의 기능은 다양하다. 문을 열고 닫는 기능뿐 아니라 내용물을 보호하는 잠금장치, 이동을 위한 손잡이 등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두석장이 만드는 기물의 범위는 넓다. 부착하는 물건에 따라 농장석, 궤장석, 의걸이장석, 벼락닫이장석, 모반장석, 전통장석 등 불리는 이름도 다양해진다. 장석을 만드는 재료는 황동 이외에 백동, , , 오동 등이 있으며 두석장의 솜씨에 따라 전체 물건의 가치와 품격이 결정된다.

 

표상적인 관념이 강했던 우리 민족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물건들에 문양을 새겨 넣었다. 장석의 문양은 악귀를 쫓고 수복을 염원하는 우리 민족의 염원이 담겨 있다. 유교의 이념이 지배했던 조선시대에도 장식문양들은 유교, 불교, 도교 등의 사상이 골고루 반영된 장식으로 풍요롭고 복된 삶을 바라는 인간의 꿈을 반영하기도 했다.

요컨대, 두석이란 구리와 주석을 합금한 황동이나 주석을 부르는 옛말로, 두석장은 황동 혹은 놋쇠를 망치로 두들겨 장석(裝錫)물을 만드는 장인을 일컫는다. 장석은 목가구나 나전가구의 몸체에 부착하는 금속장식을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란다.

 

박문열 선생은 우리나라에 단 두 명뿐인 두석장 기능보유자 중 한 명으로, 문화재로서 가치가 높은 목가구, 고건축물 등의 장석물 제작 및 보수를 담당하고 있다. 그의 손을 거친 작품은 경복궁 내 건천궁, 국립중앙박물관 내 팔각정, 종로 조계사 8층 석탑의 상륜부 청동장식 등 그 수를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는 기계로 찍어낸 철에는 따뜻한 손맛이 없다. 하지만 손으로 만든 작품은 1000개를 만들어도 같은 게 하나도 없다. ()의 각도에 따라 새겨지는 문양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대량생산 시스템이 보편화되면서 대부분의 장식구를 기계로 뽑아내고 있지만 나만큼은 한 개를 만들더라도 우리의 전통 기법대로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나만큼은 한 개를 만들더라도우리 전통 기법대로 만들고 싶었다는 그 마음이 바로 장인의 마음이 아닌가.

두석 장인 박문열 장인은 말한다. 장인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고. 열심히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그것은 우리네 인생과 같다고 그는 설명한다.

 

제가 두석장으로서 명성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누구에게나 신용이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다짐 덕분이에요. 한때는 사흘씩 잠도 안자면서 작업에만 몰두하기만 했죠. 작품도 작품이지만 제 작품을 기다리는 사람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어요.”

박문열 두석장은 전통을 지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 설명한다. 장인이 되려는 욕심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한 결과 장인의 경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어려움 속에서 스스로 개척해 온 길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뛰어난 실력을 보였던 박문열 두석장.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15살에 주물공장에 들어가 잔심부름을 하며 쇠붙이와 인연을 맺었다. 시장에서 떡장사를 하는 홀어머니를 돕고자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주물공장에 취직한 것이 시작이었다. 쇳물을 녹이고, 철을 두드리고 깎는 위험한 작업의 연속이었지만 목수였던 아버지에게 남다른 손재주를 물려받은 탓에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18살 때 인사동에서 만난 스승 고() 윤희복 선생에게 장석의 기초만 배웠을 뿐 세부기술에 대해서는 변변한 스승도 없었다. 옛 유물들을 찾아다니며 스스로 두석장의 길을 개척해 온 독학생 장인인 셈이다.

 

한국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상황이라 집안 형편이 어려웠죠. 어릴 적부터 주물공장에 들어가서 일을 하며 주물, 자물쇠, 장석 등 다양한 것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고가구 수리업, 장석 수리 등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됐어요. 그때만 해도 무형문화재 제도가 없었어요. 장인이 되려고 했다기보다는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라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돌이켜 보니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됐네요.”

그는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원대한 뜻을 품고 일을 시작한 것은 결코 아니다하지만 배고픔과 역경을 이겨내며 가치 있는 것을 지키려는 마음을 가졌을 때 비로소 진정한 장인정신이 무엇인지를 배웠다고 털어놨다. 이어 국가에서 무형문화재를 지정하는 것은 기술자나 작품을 보존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라져가는 장인정신을 지켜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기계를 사용하면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물건을 제작할 수 있어 경제적인 어려움은 다소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박 장인은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하며 작업을 해나갔다. 모든 것이 빨리빨리이뤄지길 좋아하는 현대지만 그래도 옛 선조들의 방법을 고수해야 하는 것이 전통이라고 박 장인은 설명한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전통 방식이라고 덧붙인다. 몇몇 친구들이 기계화 작업을 할 때도 자신이 전통방식으로 작업을 했던 것이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우여곡절 끝에 홍은동 건물 위에서 가건물로 작은 공방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생각만큼 장석의 주문이 쇄도하지가 않았죠. 정말 어려웠던 시간들이었어요.”

박 장인은 그 어려웠던 시기를 새로운 도전으로 이겨내 왔다. 1987숭숭이 장석으로 전승공예대전을 출품해 특별상을 받은 것이 시작점이다. 숭숭이 반닫이는 평안도 박천지방에서 만들어 박천반닫이라고도 부른다. 추운지방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단단한 나무보다는 무른 피나무를 써서 반닫이가 변형되지 않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반닫이 장석 안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고 숭숭이이라 부르는데 망치와 정을 이용해 일일이 파내야 한다. 구멍을 작게 뚫어 곡선이 얼마나 작은가에 따라 난이도가 결정된다. 당시 주위에서는 장석 분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박 장인은 그 편견을 깨기 위해 전승공예대전에 자물쇠를 출품하기로 마음먹었다.

 

자물쇠는 만져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에요. 많이 보고 많이 찾아다녀야 만들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특별한 자물쇠를 보기 위해 서울대학교 박물관 등 전국 곳곳을 찾아 다녔어요. 전통 자물쇠의 종류는 다양해요. 평범한 것도 있지만 의외로 고급스러운 것도 있죠.”

 

전국을 찾아다니며 조선시대 자물쇠를 수집하고, 분해해 끊임없이 연구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그는 자물쇠 제작으로 1993년 전승공예대전에서 문화체육부장관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또 대전의 과학관에는 그가 만든 3단에서 7단까지 40여종의 전통 자물쇠가 전시돼 있다.

 

19세기 초 단조기법으로 제작된 7단 비밀 자물쇠의 경우, 일곱 단계를 거쳐야 열리는 자물쇠로 그만큼 제작하기 힘들다. 1993, 박 장인은 그동안 전래되어 온 다양한 비밀 자물쇠를 종류별로 한 벌씩 제작해 전승공예대전에 출품했다. 그의 노력은 값진 성과로 돌아왔다. 전승공예대전에서 문화체육부 장관상을 수상한 것이다. 더 나아가 2000년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 64호 두석장 기능보유자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자물쇠를 조선시대 과학의 백미라 강조하는 박문열 장인. 그는 우리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미국과 일본 등에서 시연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그는 크고 단순한 외국 열쇠에 비해 우리나라 자물쇠는 매우 정교하면서도 균형이 잘 잡혀있다외국인들이 원더풀’ ‘서프라이즈를 외치며 엄지를 치켜세울 때 자긍심과 긍지를 크게 느낀다고 털어놨다.

 

대중과 함께 숨쉬는 전통을 위해

 

 

박문열 두석장은, 최근까지 전국의 유명한 사찰을 순례하며 중요한 일을 맡았다.

중요무형문화재가 된 이후엔 전국을 다니며 수많은 작업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조계사 팔각구층석탑 청동상류부 제작과 설치를 했었고 광화문 복원 현장에서도 철물장석 제작과 설치를 담당했어요. 이렇게 유명한 문화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제게 큰 영광이죠.”

 

그는 구인사 대조사전을 비롯해 부여 정림사지 황동철물장석 복원, 양산 통도사 금강계단 시우쇠 장석물 복원, 안동 봉정사 대웅전 등자쇠 복원, 영광 불갑사 대웅전 장석물 복원 등 전통건축 보수 현장에서 필요한 철물을 제작하고 현장에서 직접 설치까지도 했다. 최근에는 한옥의 인기와 함께 장인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요즘엔 전통기법을 활용해 금속가구나 각종 생활가구 등을 만들기도 해요. 전통 나무가구의 골조에 백동이나 황동 금속판을 붙여 각게수리, 반닫이 등을 만들고 묵호, 금속연적, 필세, 먹상, 필가, , 연적 등 금속 생활용품을 널리 사용되는 추세입니다.” 박 장인은 기존의 장석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전통공예라고 해서 옛 선조들의 작품을 모방만 할 것이 아니라 변화를 줘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전통공예도 발전하는 거죠. 그래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박 장인은 이런 마음으로 한 화장품 회사와 함께 진설 백동장석 세트를 작업하기도 했다. 진설 백동장석함의 자물쇠와 문양은 목가구의 비례와 조형미를 살린 것이 특징이다. 전통방식 그대로 동과 구리, 주석을 합금해 꾸미지 않은 절제미를 담았다.

 

이제 박문열 장인은 자신이 수십 년에 걸쳐 습득한 전통공예 기술을 후세에 남기려 한다. 문화재청 산하 한국건축학교한옥문화원에서 전문 강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한번 시작하면 6시간을 쉬지 않고 강의한다. 현재 서른 명 남짓한 학생들에게 전통방식의 장식공예를 전수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경기도 파주에 작은 공방을 마련했다. 그는 공방에서 학교까지 왕복 4시간이 소요되고, 교재도 직접 만들어야 하지만 전통문화를 알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이 있기 때문에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라며 가르치는 일이 힘들기는 하지만 전통기술을 후세에 남기는 것 또한 내게 주어진 중요한 사명이라고 말했다.

 

금속 장식물은 제작하기가 힘들어요. 장식물 하나만으로는 부각이 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래도 박 장인은 최근 자신을 꿈을 이뤘다며 웃어 보인다. 경기도 파주에 오랜 꿈이었던 개인 공방을 차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꿈을 이루는 데 30여 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고 웃어보이는 박문열 장인. 그는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면 값진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당부를 아끼지 않는다.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 장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인이 되겠다고 마음먹는다고 다 장인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한평생 몸 바쳐서 묵묵히 하다 보니 장인이 된 것이죠. 손재주, 정신력, 인내심, 열정, 이 모든 것이 조화롭게 되어야 훌륭한 장인이 될 수 있어요.”

한국의 유산 장선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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