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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골제작> 배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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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송공방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일송공방은 백골제작 기능 전승자인 배영규(62) 선생이 운영하는 공방이다. 전통기법으로 백골을 제작해 온 지 50년이 넘었다고 한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만드는 걸 좋아했다고 하는데, 반세기의 시간을 가구 만드는 데 보냈으니, 범인이 상상할 수 없는 경지라 느껴진다. 천직으로 생각한다고 하지만, 도중에 갈등과 번민, 어려움 등이 있지 않았을 것인가.

 

50년을 함께 한 목공기계들도 놀랍다. 오래되었지만 주인의 손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장인의 일부 같은 목공기계들이 자리 잡고 있다. 횡절반, 작업대, 벨트샌더와 같은 목재가공에 필요한 기계들은 제각각 위치를 잡았는데,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선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그의 서랍장에는 나무의 면을 맞출 때 쓰는 대패의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갖춰져 있다. 끌의 종류도 엄청 다양하다. 이 도구들로 백골을 만든다.

 

목공예에서 백골(白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백골은 나전칠기, 화각공예 등 목공예품의 뼈대를 만드는 작업으로 못이나 금속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고도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짜임새와 이음새 제작 기술은 완성된 목공예품의 뒤틀림을 좌우하기 때문에 백골의 중요성이 더 강조된다.

우리민족 고유의 전통기술인 백골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장인, 배영규 씨는 2006년에 이 분야 전통기능전승자로 선정됐다.

 

이 일을 시작하고 단 하루도 다른 일을 해본 역사가 없어요. 군복무 중에도 휴가 나오면 공방으로 달려가 일을 했으니까요. 완성하고 나면 기분이 너무 좋아요. 그게 다예요.”

한 눈 팔지 않고 외길을 걸어 왔다는 말 대신 역사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백골 장인의 50년 뚝심이 묻어난다.

 

나무와의 인연은 천성 때문

 

전남 함평이 고향인 그는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뛰어나다는 얘기를 들었다. 특히 나무로 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만들어냈다. 50년 나무와의 인연도 그를 지켜본 친척의 권유로 시작됐다. 그런데 본인은 본래 타고난 성격이라고 말한다.

 

어려서부터 나무 조각만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으니까. 무엇인가 깎고 만들고 하는 일이 마냥 좋았어요.”

14살 때 전남 함평지방에서 유명한 소목장인 장진섭씨 공방에 들어가 본격적인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3년 동안 밥만 먹여주는 조건으로 시작한 기술 수련은 고단했다.

조상들이 오랜 세월동안 가꿔온 훌륭한 기술입니다. 남들은 중간에 다 포기했지만, 그 기술이 너무 좋아 버릴 수 없었습니다.”

 

처음 한동안은 공구는 손도 댈 수 없을 정도로 엄한 가르침을 받았다. 마침내 스승으로부터 인정받아 개인 공구를 선물로 받은 그는 50년이 넘는 동안 나무를 갖고 공예품을 만드는 일에 매달려왔다.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어요. 하지만 거친 나무를 깎고 짜 맞춰서 공예품을 만드는 일이 신기했어요. 무엇보다 내가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자부심이 힘든 시절을 이겨내는 힘이 됐어요.”

 

나무 특성과 구조적 이해 겸비한 장인

 

배영규 씨는 다른 장인들과 달리 상업성이 강한 물건보다는 작품전시회에 출품하기 위한 백골 제작에 전념했다. 그 덕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전통적인 제작방법을 익힐 수 있었다. 그 결과 지난 90년부터 92년까지 한국옻칠공예작품 공모전에서 3회나 입상했으며, 지난해 전승공예대전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1992년부터는 지금의 작업실인 일송공방을 열고 전통적인 제작방법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기법의 장점을 가미한 백골제작과 관련된 연구를 해 오고 있다.

 

배씨는 나무특성과 구조적 이해를 겸비한 장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백골은 나무의 특성을 알고 깨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천태만상인 나무를 알아가는 과정이 곧 기술이라고 말한다.

 

나무를 아는 데만 10년 남짓 걸렸다는 그는 아직도 나무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고 겸손해 한다. 그리고 재료가 너무 비싸 연구하기가 어렵지만 나무 성질에 대한 연구는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백골 제작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짜임새, 이음새 방식을 배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나무의 수축하는 특성을 고려해 목공예품을 제작하는 기술은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나무를 보고 만짐으로서 나무의 특성을 이해하고, 자유자재로 공구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기른 다음 본격적인 디자인 및 작업이 진행돼야 해요.”

라고 말한다. 나무부터 알아가야 하는 우보(牛步), 이 길에 아들까지 함께하게 되었다고 한다.

 

백골은 백골 자체가 완성품이 아닌 탓에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분야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몇몇 애호가와 장인들이 명맥을 잇고 있을 정도로 기능 전수도 부진한 편이다. 그 역시 이런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동안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에게 배움을 청하러 왔지만 밥벌이가 되지 않는다며 며칠 버티지 못하고 포기했다. 그런데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던 자식이 가업을 잇겠다고 나선 것이다.

 

제 일이 부끄럽지는 않았지만 권유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어요.”

배영규 씨 지금은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됐지만 처음에는 힘든 일을 자식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지 않아 무조건 반대했다.

이에 대해 아들인 배세웅 씨는,

어려서부터 보고 자란 아버지 일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라며 자신감도 있었고 무엇보다 도전해 볼만 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 산업미술대학원에서 배우고 아버지에게도 배우는 배세웅 씨.

아버지 배영규 씨는, “후계자 양성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이어 제자가 아직은 미흡한 것이 많지만 재주는 있어 보인다며 겸연쩍게 웃는 그의 모습에서 기능 전수를 향한 간절한 바람을 엿볼 수 있다.

 

우리가 우리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지켜간다면 더 큰 혜택이 돌아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배영규씨. 그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전통기술을 지키려는 이 시대의 진정한 장인이다.

한국의 유산 이소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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