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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삼베 심분화





삼베에 얽힌 이야기 하나

 

어느 날 삼베옷을 뻣뻣하게 다려 입은 농부가 저녁판이 되어 산으로 풀을 베러 갔단다. 풀갓이 좋은 데를 골라 막 지게를 벗으려고 하는데 이상한 냉기가 확 끼치더란다. 깜짝 놀라 오싹해진 그 농부는 그만 기겁을 하며 지게고 낫이고 다 내팽개치고 오던 길을 향해 들입다 뛰었단다. 뱀이 있었던 것이다. 뱀도 그냥 뱀이 아니라 칠점사라는 한번 물리면 천하없는 사람도 간다는 무서운 뱀 중의 뱀이었단다. 후닥닥 돌아서서 뛰는 순간 뱀이 쉭 쫓아오는 기미가 있어 정신없이 지그재그로 뛰어 - 뱀은 직선으로 쫓아오기 때문에 지그재그로 뛰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늘 들었다 - 단숨에 집까지 왔더란다. ‘이제 살았다, 나는 살았어.’ 한숨을 푹 놓고 마루에 턱 걸터앉아 고개를 숙여 바짓가랑이를 들여다본 이 농부는 그만 뒤로 벌렁 까무라치고 말았단다.

 

삼베 바짓가랑이에 그 칠점사가 달려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와서 보니 그놈의 뱀이 바짓가랑이를 문 바람에 이빨이 삼베에 걸려 빠지지 않았던 것이다. 어찌나 정신없이 뛰었던지 바짓가랑이에 달려 있던 뱀은 발목을 치고 돌멩이에도 부딪치고 나무에도 부딪치는 바람에 죽어 걸려 있었던 것이다. 한번 물면 잘 빠지지 않게 낚싯바늘처럼 생긴 뱀 이빨이 삼베 올에 끼어버린 것이었다.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김용택 산문집

재밌는 이야기다. 칠점사라고 하면 까치살모사라고도 불리는 맹독을 가진 뱀, 이 뱀한테 물리고도 산 셈인데, 삼베 옷 덕분이었단다.

 

삼베는 삼이라는 식물의 껍질에서 나오는데, 식물의 껍질이 옷감이 되기까지는 원시적이리 만큼 사람의 손이 많이 가야 한다. 그래도 여름이면 삼베 옷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왜냐 하면 삼베 옷감이 성글고 바람이 잘 통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후, 토양, 강수량 등이 삼이 나고 자라는 데 맞는 편이어서 예로부터 서민들이 즐겨 했던 옷이 삼베이다. 자료에 의하면 삼베는 외부기온보다 약 5도 정도 차가움을 느끼게 해준다고 한다.

 

수백 가닥 삼베 날줄 사이로 한 올 한 올 씨줄을 엮는 삼베짜기는 우리 할머니들의 일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여간해서 보기 힘든 잊혀져가는 추억이 된 지 오래다. 삼베를 비롯, 명주·무명·모시를 짜던 베틀은 이제 박물관에서나 만나 볼 수 있을 만큼 낯설다. 더구나 북(씨줄이 될 실타래를 넣는 홈이 파인 나무통)이니 바디(씨줄을 한 올 한 올 날줄 속으로 밀어 삼베로 엮어 주는 장치)니 말코(짜여진 삼베를 감아 주는 장치)니 하는 부품의 이름은 아예 생경하기조차 하다.

 

삼베에 얽힌 이야기 둘

 

안동에는 여성들의 길쌈 노래로 삼삼기 노래베틀 노래, 물레 노래가 전승된다. 삼삼기 노래는 일의 고통과 시집살이의 고난을 서정적으로 노래하는 반면에, 베틀 노래는 월궁 선녀가 하강하여 베를 짜는 상황을 설정하여 베틀의 구조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교술적 성격을 지녔다. 물레 노래베틀 노래처럼 물레라고 하는 실 뽑는 연장의 상황을 설명한다는 점에서 교술적이지만 낭만적 내용의 베틀 노래에 비하면 상당히 처량하다. 물레가 병이 난 상황을 노래하기 때문이다. 베틀 노래가 길쌈의 완성 단계인 까닭에 긍정적이고 낭만적이라면, 물레 노래는 실을 뽑는 단계여서 부정적이고 힘든 상황을 노래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일고여덟 이물레야

살구여덟 살물레야

병이났네 병이났네

그어데서 병이났노

귀머리서 병이났지

참깨눈물 똑띠기면

돌아가네 돌아가네

연자새겉이 돌아간다.

 

물레는 삼을 삼은 실을 잣는 바퀴처럼 생긴 도구로서 물레 잣기는 베를 짜기 위한 실을 만드는 전단계 작업이다.

 

안동에서는 길쌈은 배우면 업이 되고 못 배우면 복이 된다.”는 말이 전해진다. 날실과 씨실로 50년 넘는 세월을 엮어 온 전통삼베 기능전승자 심분화(69) 할머니 역시 열여섯 살 때부터 하기 시작한 베 짜는 일이 업이 됐다.

 

심씨는 그동안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 4차례나 입상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대한명인으로 선정된 심씨는 13새까지 베를 짤 수 있는 섬세한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새는 옷감을 곱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1새란 가로방향으로 실을 넣고 있는 실(경사)80올로 이루어진 것을 말한다. 베는 거친 게 1새이고 고울수록 새가 높은데, 보통 7,8새이고 10새 이상은 아주 고운 베로 친다. 일반적으로 안동포는 6새가 보통이며 8~9새가 상급이다. 9새부터는 일반사람은 하기 힘들다고 한다. 6새라고 말하는 일반적인 안동본포는 480올로 이루어진 원사를 의미한다.

 

수의(壽衣)로 많이 쓰는 6새는 한 달에 2벌 정도, 13새는 1년에 4벌 정도 밖에 만들지 못해요. 고울수록 그만큼 많은 손길을 필요로 하거든요. 베 짜는 일은 욕심을 부린다고 되는 게 아니예요.”

안동포는 십여 개 이상의 과정을 거쳐야 완성되는데 모든 작업공정이 사람 손으로 이뤄진다. 한식 앞뒤에 씨를 뿌려 여름에 수확한 대마를 삶은 뒤 손톱으로 속껍질을 훑는다. 껍질을 벗겨 낸 삼은 머리카락처럼 가늘게 째고(삼째기) 맨 허벅지에 놓고 한 올 한 올 이은 다음(삼삼기) 베날기(삼을 다 삼은 뒤 정해진 길이와 새에 따라 올 수를 정해 날 올을 조직하는 것) 과정을 거쳐 좁쌀과 된장으로 만든 풀을 먹인다(베매기). 베매기는 실에 끈기를 주어 베를 짤 때 잘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과정으로 안동포를 기계로 쉽게 못 짜는 이유가 바로 실이 약하기 때문이다.

힘들지만 멈출 수는 없는 일

 

오히려 베틀에서 베를 짜는 것보다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이 더 힘들어요. 삼을 거두고 쪄서 벗기고 모든 과정을 일일이 손으로 해야 하니까요. 실이 엉키지 않고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베매기가 중요한데 제대로 배우려면 2~3년은 걸려요. 전 과정을 배우는 데 5년 정도 필요합니다.”

 

안동포는 올수가 많아 옷감의 결이 곱고 색깔이 아름다우며 통풍이 잘 되고 땀이 나도 몸에 감기지 않는다. 내구성이 강해 세탁 시 마찰에 대한 손상이 적어 여름의 최고급 옷감으로 인기가 높았다. 조선시대에도 지방특산물로 지정되어 궁중진상품으로 사용됐으며 60년대엔 해마다 3만 필 정도 생산됐다. 대마 재배도 80년대까지 100ha가 넘었지만 현재는 급격히 줄었다. 특히 최근 들어 값싼 중국산이 밀려오면서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심분화 씨도 이런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한다.

베 짜는 일은 전부 손으로 다 해야 하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이 하려고 합니까. 힘들어서 못해요. 베 짜는 사람들도 고운 새는 품삯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안 합니다.”

50여 년 세월은 심 씨의 섬섬옥수를 거칠고 투박한 아낙네의 손으로 만들었다. 고운 새를 짤수록 손의 마디는 굵어지고 거칠어져 갔다. 생계를 위해 전업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50여 년 세월동안 가던 길을 멈출 수도 없고, 멈출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끊어진 올을 이으려면 안경을 써야 하지만 힘닿는 데까지는 계속할 겁니다. 지금도 일 하면서 배우는 것이 많은데요. 기능전승자이지만 배운다는 자세로 하고 있다니까요.”

지난해 ‘2012 대한민국 장인(匠人)작품 박람회가 서울 양재동 at센터 전시장에서 열렸을 때, 안동포 기능전승자로서 베틀을 이용해 삼베 짜는 것을 시연하기도 했다. 할머니는 외길인생 50년 만에 명인의 반열에 올라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애들 아빠 없이 그냥 혼자 살다가 내 이름이 이렇게도 명예가 나는구나 싶은 게 지금도 그래요.

나한테는 자부심이에요. 이렇게도 명예를 가지고 세상에 안동포를 알리는구나.”

시골의 한 아낙이 살았을 힘들었던 삶과 삼베 짜기의 외길인생이 새록새록 느껴지는 말이었다.

한국의 유산 이소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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