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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골 제작> 김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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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백골

 

엄마들이 아이들 장난감을 살 때, 한 번쯤은 큰 맘 먹고사 주는 것 가운데 하나가, 나무 블록이나 나무 퍼즐 등 나무를 원재료로 한 것들이다. 플라스틱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지만, 값이 비싸서 선뜻 못 사는데, 사고 나면 두고두고 아끼게 된다. 나무라서 장난감으로서 생명을 다 하면 장식품으로도 쓸 만하다. 무엇보다 금세 질려버리는 플라스틱의 얄궂은 색과는 견줄 수 없는 나무의 빛깔과 결이 있다. 사실 엄마들은 할 수만 있다면 장난감을 모두 나무로 해 주고 싶을 것이다. 장난감뿐이랴.

 

가구도 플라스틱보다는 원목의 느낌이 제대로 살아 있는 가구에 눈이 간다. 오래도록 곁에 두어도 변함 없이 만족감을 줄 가구. 그것은 집안의 가구가 아니라 마당에 심어져 있는 꽃나무와도 같다.

 

백골(白骨)’은 나무로 된 건축물이나 공예품의 겉 표면에 겉치레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데, 말하자면 옻칠을 하기 이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옷칠 등을 하기 전에 갓 만들어 놓은 소반을 백골소반이라 부르며, 궁궐이나 절을 짓고 나서 단청을 입히지 않은 경우 백골집이라 부른다. 나무를 재료로 한 작품들은 백골 상태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나뭇결이나 모양이 그대로 드러나 원목의 느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대목장은 한옥집 등 규모가 큰 건물을 짓는 데 비해 김의용(金義容, 59) 씨는 장롱, , 경대, 문갑 등 소품의 목공예품을 만드는 소목장으로 백골 부문 장인이다.

 

못질 없이 나무와 나무를 짜 맞추다

 

아무리 칠을 잘하고 화려한 장식을 붙이더라도 목가구의 생명은 백골(柏滑)을 얼마나 잘 짰느냐가 중요하죠.”

톱밥가루가 휘날리는 20여 평의 목공예방에는 나무로 만든 앉은뱅이상과 궤 등 완성품이 빈 공간에 쌓여있고 큰 장롱의 일부처럼 보이는 2~3m의 나무틀이 차곡차곡 빈곳을 채우고 있었다.

 

옛 선비들이 글공부를 하며 장원급제를 꿈꿨을 두루마리 서안’(일명 선비상)이나 너덧 층의 선반이 네모반듯하게 올려져 있는 사방탁자(四方卓子)의 단아한 자태가 눈길을 끈다.

성남시가 지난 1994년 전통공예 활성화 및 전승을 위해 설립한 민속공예전시관지하에 입주한 경기도무형문화재 제14호 소목장(백골) 김의용 씨의 작품이다.

 

김의용 씨는 청주에서 중학교를 졸업하자 서울로 올라와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제14호였던 고() 민종태 선생에게 목공예를 익혔다. 그 후 30여 년간 나무와 인연을 맺어 한평생 나뭇결처럼 유연하면서도 강단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전통 목가구의 큰 특징 중의 하나는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우리 전통 목가구는 못을 전혀 쓰지 않아 오랫동안 원형을 유지할 수 있지요. 또 나무에 홈을 판 후 나무를 껴맞추거나 엇갈려 짜 맞춰 사용하기 때문에 견고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특히 나무와 나무를 45도로 맞추는 사궤맞춤 등 각종 맞춤 기술은 연결부분이 조금만 어긋나도 견고함이 떨어지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기술이라고 밝힌다.

그는 모든 짜맞춤은 정교한 것이 생명이라며 머리카락 하나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4자짜리 장롱에서부터 임금님 수랏상으로 쓰였던 붉은 칠의 주흑칠호족반(朱黑漆虎足盤), 책과 꽃병들을 얹혀놓는 사방탁자, 반닫이, 교자상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든다.

특히 작은 휴지케이스 표면에도 나무의 수축을 고려해 작은 홈을 파내는 정성을 담기도 했다.

몇 가지인지는 세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나무로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나무로 만들 수 있는 것’, 나무로 만들 수 없는 것을 세는 것이 더 빠를 것 같다.

 

1, 2층 공예전시관에는 그가 그동안 정성들여 제작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제작 기간만 해도 1년이 걸렸다는 길이 14자짜리의 장롱 궤목 은선상감은 은선(銀線)을 상감기법으로 모양을 넣은 장롱이며, 느티나무로 만든 교자상은 단순하지만 강인함이 느껴진다.

또 월드컵을 기념해 제작한 월드컵 휘장이 담긴 나무퍼즐과 다양한 모양의 캐릭터가 들어간 퍼즐도 제작했다.

 

이 퍼즐은 성남시 문화상품으로 개발한 것으로 캐릭터와 배경을 이룬 나무의 색깔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천연재료인 나무를 사용하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전혀 해가 없는 놀이기구다.

이런 그의 창작열은 지난 2001년 경기도공예품경진대회에 출품해 대상을 거머쥐게 했다.

대상 작품은 종이 폐자재에 엷은 나무를 덧댄 것으로 수려한 산세를 상감기법으로 만든 휴지케이스와 방향제케이스 세트다.

 

이 밖에 공예전시관에는 새와 꽃을 직접 새겨 순금을 입힌 보석함이나 경대 등을 선보이고 있.

특히 그의 작품은 배용준·전도연 주연의 영화 남녀상열지사-스캔들20여 점이 소품으로 사용돼 그 진가를 발휘하기도 했다.

 

전통의 멋을 살려 발전시키는 것이 장인

 

전통문화는 시대에 맞게 개발하고 변화시켜야 한다전통의 멋을 살려 발전시키는 것이 장인의 몫이라고 말했다. 좋은 백골을 짜기 위해서는 좋은 재료를 구해야 한다. 김씨는 전통한옥건물의 해체과정에서 구한 목재가 가장 좋다고 한다.

 

한옥에 쓰인 목재는 잘 건조돼 있어 주로 사용하는 편이지요. 진이 다 빠져 있기 때문에 물건을 만들어도 갈라지거나 비틀어지지 않아요

그는 공예전시관이나 고향 청주 창고에 홍송(紅松)이나 사송(沙松), 춘향목, 계목 등의 나무를 보관해 사용하고 있다.

 

김의용 씨는 옛방식을 그대로 고수한다. 결과물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온갖 정성을 담는다. 나무를 절단하는 작업에 기계를 쓸 뿐 홈을 파거나 다듬는 등 대부분의 작업은 수작업이다.

 

이런 수작업 도중에 손가락 세 개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지만 밝고 긍정적인 생각 때문인지 별 불편함 없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놀라운 일이다. 게다가 특별한 일이 아니면 좀체 바깥출입이 드물다. 든든함과 내밀함으로 잘 짜여진 목가구처럼 단단한 작업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아들 희준 씨가 아버지의 맥을 잇고 있는데, 최첨단 학문을 전공하고 그 일을 하다가 소목장 전수자로 아버지의 대를 잇고 있단다. 김희준은 성남 공예대전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맞춤의 미학

 

우리 전통 목가구의 멋은 화려하지 않지만 나뭇결을 고스란히 살린 미감과 단순하지만 투박한 정감이 인상적이다. 또 재료는 자연친화적인 목재를 사용하며, 쇠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제작상의 묘미가 더욱 눈길을 끈다. 투박한 느낌의 함에서 꽉 찬 모퉁이의 매끈한 이음새와 평평한 면은 기하학적인 예술세계를 엿보는 듯하다.

 

전통 목가구는 일상생활 용품이었다. 살림이 넉넉한 집이나 그렇지 않더라도 오랜 손때를 묻히며, 가가손손 이어져 내려왔다. 그만큼 실용적이기에 크지도 작지도 않게 안성맞춤인 크기가 정답기까지 하다.

 

하나하나의 작품에 혼을 불어 넣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하죠. 맞춤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모든 작품에 정성이 안 들어갈 수 없죠.”

아마도 옛 장인들의 정신은 무엇을 만들든지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하나쯤은 지녔던 것 같다.

 

그 때문인가 내 작품에 책임질 수 있는 정신을 지녀야 나무를 제대로 다룰 수 있다.”고 한다. 한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맞춤의 미학, 그 안에 작용하는 힘은 책임감이었다.

한국의 유산 김은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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